UFC 결과창 앞에 앉기 전에 알아두면 덜 억울한 판정 용어 8개

주짓수 몇 달 굴러본 사람으로서 고백하자면, 격투기 중계에서 제일 멍해지는 순간은 기술이 아니라 판정 발표다. 링 아나운서가 숫자를 줄줄 읽는데 내 머릿속엔 "그래서 누가 이긴 건데"만 뜬다. 스포랭크(SportsRank)에서 격투 글을 쓰다 보니 이 질문을 제일 자주 받는다. 그래서 판정 결과창에서 마주치는 말을 사전처럼 풀어봤다. 아래는 통합 룰 기준의 일반적인 설명이고, 대회사와 주 체육위원회마다 세부는 조금씩 다르다.

10점 필수제

한 라운드에서 이긴 선수에게 10점, 진 선수에게 9점 이하를 주는 채점 방식이다. 이름이 헷갈리는데 "10점을 꼭 줘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승자는 무조건 10점에서 시작하고, 진 쪽만 깎인다. 그래서 팽팽했든 일방적이었든 대부분의 라운드는 10-9로 끝난다.

3라운드 경기면 심판 세 명이 라운드마다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 나는 체육관에서 스파링 때 "이번 라운드 내가 이겼지?" 하고 혼자 채점해본 적이 있는데, 옆에서 본 관장님 점수는 항상 나보다 짰다. 자기 채점은 원래 후하게 나온다.

10-8 라운드

한쪽이 라운드를 압도했을 때 나오는 점수다. 타격 유효타나 그래플링 지배, 그리고 상대에게 준 대미지의 크기와 시간을 함께 본다. 다운을 여러 번 뺏거나 몇 분 동안 마운트를 잡고 계속 두들긴 경우가 전형적이다. 10-7은 훨씬 더 드물어서 이름만 알아둬도 충분하다.

중계 해설이 "이건 10-8 줘야죠"라고 외쳐도 실제 심판 카드에는 10-9가 적히는 일이 흔하다. 심판 입장에선 한 라운드를 뒤집어 점수 차를 벌리는 게 부담이라 기준이 꽤 빡빡하다.

만장일치 판정

심판 세 명이 모두 같은 선수의 손을 든 결과다. 점수 차는 30-27, 29-28처럼 제각각이어도 상관없다. 누가 이겼는지만 같으면 만장일치다. 그러니 "만장일치인데 왜 이렇게 박빙이었어" 같은 의문은 성립한다. 세 명 모두 29-28로 같은 쪽에 줬다면 라운드 한두 개가 갈렸을 뿐이다.

경기 직후 관중이 야유하는 만장일치 판정도 있다. 관중은 한 방 맞고 휘청이던 장면을 기억하고, 심판은 라운드 전체를 본다. 보는 단위가 다르니 체감도 다르다.

스플릿 판정

심판 세 명 중 두 명이 A선수, 한 명이 B선수에게 준 결과다. 2대 1 판정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헷갈리는 게 하나 있는데, 스플릿이라고 해서 무승부가 아니다. 다수결로 A선수가 이긴 것이다. 논란이 붙는 경기의 상당수가 이 형태다.

내 경험으로 비유하자면 동호회 회식 메뉴 투표에서 2대 1로 국밥이 이긴 상황이다. 이긴 건 국밥이지만 짬뽕파의 한 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한 표가 다음 날 커뮤니티 글로 올라올 뿐이다.

매저리티 판정과 무승부

세 명 중 두 명은 같은 선수에게 줬는데 나머지 한 명이 무승부 점수(예를 들어 28-28)를 준 경우가 매저리티 판정이다. 반대편에 표를 준 심판이 없으니 스플릿과는 다른 결과다. 반대로 한 명은 A, 한 명은 B, 한 명은 무승부라면 다수가 없어 전체 결과가 무승부로 처리된다.

중계 자막으로 만나면 순간 계산이 꼬이는 구간이다. 셋의 점수를 눈으로 더하기보다 "반대 표가 있느냐 없느냐"만 먼저 보면 스플릿과 구분이 쉽다.

결과 표기심판 세 명의 표승부
만장일치3 대 0승자 확정
스플릿2 대 1다수결 승자
매저리티2 대 0, 나머지 1은 무승부승자 확정
무승부(다수)1 대 1 대 무승부 등, 다수 없음무승부

감점

낭심 가격, 뒤통수 타격, 손가락으로 눈 찌르기, 케이지 잡고 버티기 같은 반칙에서 주심이 경고 뒤 점수를 깎는 조치다. 감점 1점이면 그 라운드 점수가 10-9에서 10-8이 되는 식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건 압도해서 얻은 10-8과 계산은 같아도 성격이 다르다.

한 경기의 승패가 감점 하나로 뒤집히는 일도 실제로 벌어진다. 나는 스파링에서 무릎을 쓰지 못하는 룰에 익숙해지느라 매번 반칙 위치를 확인하는데, 프로는 그 기준을 링 위에서 몸으로 배운 사람들이다. 그래도 규정 앞에서 예외는 없다.

테크니컬 판정

우발적인 반칙으로 선수가 더 이어 싸울 수 없을 때 나오는 결과다. 경기가 몇 라운드까지 진행됐는지에 따라 그때까지의 채점표로 승부를 낸다. 예컨대 눈을 찔려 시야가 흐려졌는데 초반이라면 무효 경기가 되기도 한다. 일정 라운드가 지났다면 그때까지의 점수가 살아 있어 판정으로 갈리는 게 원칙이다.

이 부분은 대회사와 관할 체육위원회 규정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라, 자세한 기준을 한 문장으로 못 박기 어렵다. 다음 경기를 볼 때는 자막에 "무효"와 "테크니컬"이 뭐로 찍히는지 한 번만 눈여겨보자.

닥터 스톱

경기 중 큰 상처가 나거나 선수 상태에 문제가 보일 때 링 닥터가 경기를 멈추는 결정이다. 선수는 더 싸우겠다고 우겨도 의사가 막으면 끝이다. 결과는 대개 TKO(닥터 스톱피지)로 기록되어, 맞은 선수의 패배로 남는다. 다만 상처의 원인이 우발적 반칙이었다면 앞서 말한 테크니컬 판정 쪽으로 갈 수 있다.

이 용어는 특히 눈가 찢어짐이 잦은 경기에서 자주 나온다. 체육관에서 스파링하다 눈두덩이 부어오르면 나는 그날 바로 끝이다. 프로는 그 판단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게 의사에게 맡겨 두는 것이다. 자존심이 꺾이는 순간을 대신 결정해주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결국 다 외울 필요는 없다. 결과창에서 "몇 대 몇이냐"만 읽어도 만장일치인지 스플릿인지는 바로 나온다. 나머지는 경기를 보면서 하나씩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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