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331 앞두고 정리한, 초보가 제일 먼저 탭 치는 서브미션

방구석 전문가가 매긴 초보 위험 지수. 숫자는 순전히 내 체감이니 시비 걸지 마라.

이번 주 토요일이면 또 밤을 새운다. UFC 331, 밴 대 판토하 2차전. 챔피언 조슈아 밴이 밸런타인 판토하를 다시 만나는 플라이급 타이틀전인데, 솔직히 나는 메인보다 브라이언 오르테가가 헤나토 모이카노를 상대로 또 목을 노릴지가 더 궁금하다. 오르테가는 그래플링, 그중에서도 조르기로 먹고사는 남자니까.

화면으로 보면 서브미션은 우아하다. 상대가 톡톡 두 번 두드리고 끝. 그런데 도장에서 직접 당해보면 얘기가 다르다. 나는 등록 두 달 차에 이 목록의 기술들을 몸으로 다 배웠다. 정확히는, 다 얻어맞으면서 배웠다. 그래서 정리했다. 체육관 초보가 처음 몇 달 안에 가장 자주, 가장 억울하게 탭을 치게 되는 그래플링 서브미션 여섯 개다. 순서는 내가 매긴 위험 지수 순, 6위부터 거꾸로 올라간다.


6위. 아메리카나 — 방심하다 어깨가 접힌다

아메리카나는 사이드나 마운트에서 상대 손목을 매트에 붙이고 팔을 'ㄱ'자로 꺾어 어깨를 비트는 기술이다. 키록이라고도 부른다. 여섯 개 중 위험 지수를 제일 낮게 준 이유는 단순하다. 들어오는 게 눈에 보인다. 상대가 내 손목을 잡고 매트로 누르는 순간 "아 이거 뭐 하려는 거지" 싶은 시간이 있다.

문제는 그 시간을 초보는 못 쓴다는 거다. 나도 처음엔 손목이 눌리는 게 그냥 답답한 줄만 알았다. 어깨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나서야 아차 했고, 그땐 이미 늦었다. 팔을 몸쪽으로 당겨 붙이는 방어를 반사적으로 못 하면, 어깨 앞쪽이 찌릿하는 순간 손이 매트를 두드리고 있다. 아프다기보다 어이가 없다. 분명 봤는데 당했으니까.


5위. 기무라 — 이름값 하는 관절기

기무라는 아메리카나와 방향만 반대인 어깨 관절기다. 팔을 등 뒤로 비틀어 올린다. 이름은 1951년 엘리오 그레이시의 팔을 부러뜨린 일본 유도가 기무라 마사히코에서 왔다. 유래부터 팔이 부러진 기술이라는 게 초보 입장에선 별로 안심이 안 된다.

이 기술이 5위인 건 그립이 강력해서다. 상대가 내 손목과 자기 팔로 만든 '피겨포' 그립이 걸리면, 초보의 힘으로는 안 풀린다. 나는 하프가드에서 상대에게 기무라 그립을 내주고 30초를 버텼는데, 버틴 게 아니라 그냥 상대가 각도를 잡는 중이었다. 어깨가 뻐근하게 당겨지는 감각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자존심이고 뭐고 손부터 나간다. 몸이 먼저 안다.


4위. 길로틴 초크 — 태클 들어가다 목이 감긴다

길로틴은 앞에서 상대 목을 팔로 감아 조르는 초크다. 초보가 이걸 유독 자주 당하는 이유가 웃긴데, 테이크다운을 배우고 나서 오히려 더 당한다. 태클을 배웠으니 신나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데, 그 숙인 머리가 딱 상대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면서 목이 걸린다. 배운 걸 써먹으려다 배운 값을 치르는 셈이다.

이번 UFC 331에서 오르테가를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르테가는 2017년 모이카노를 바로 이 길로틴으로 잡은 적이 있고, 두 사람은 이번에 다시 만난다. 이번 주 대진표와 시작 시각은 UFC 공식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가 링 위에서 거는 길로틴과 내가 도장에서 걸리는 길로틴은 완성도만 다르지 원리는 똑같다. 목젖 아래가 조여오고 숨이 콱 막히는 그 감각, 화면으로는 절대 안 전해진다.


3위. 암바 — 팔꿈치가 반대로 펴지는 공포

암바는 다리로 상대 팔을 고정하고 골반을 들어 팔꿈치 관절을 반대로 펴는 기술이다. 관절기의 대명사이자, 초보가 가장 극적으로 당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조르기는 서서히 조여오지만 암바는 상대가 골반을 튕기는 순간 팔꿈치에 순식간에 하중이 실린다.

내가 3위에 놓은 건 이게 '버티면 부러지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초크는 최악의 경우 잠깐 정신을 잃는 거지만, 관절기는 자존심 부리다가 진짜로 인대가 나간다. 나도 한 번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 하다가 다음 날 팔을 못 굽혔다. 팔꿈치 안쪽이 쫙 펴지는 그 이질적인 감각이 오면, 고민하지 말고 탭이다. 방구석에서 중계 보며 "왜 저기서 탭 치냐"고 했던 과거의 나를 지금은 반성한다.


같은 기술이라도 아픈 정도와 쪽팔린 정도는 따로 논다. 이것도 순전히 내 기준이다.

2위. 트라이앵글 초크 — 내 팔이 나를 조른다

트라이앵글은 가드 자세에서 두 다리로 상대 목과 한쪽 팔을 삼각형으로 감아 조르는 초크다. 여기서 잔인한 건, 조르는 압력의 절반을 상대 다리가 아니라 갇혀버린 내 어깨와 내 팔이 만든다는 점이다. 내 팔이 내 경동맥을 누르는 구조라 도망칠수록 더 조인다.

2위에 올린 이유는 초보가 왜 당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 다리가 어깨에 걸쳐지는 순간엔 별 위기감이 없다. 그냥 다리 하나 걸쳐진 건데 싶다. 그러다 목이 갑자기 조여오고, 빼려고 몸을 트는 순간 상대가 각도를 마저 잡는다. 판토하 같은 그래플러들이 이걸 가드에서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걸 보면, 저게 사람이 하는 동작인가 싶다. 나는 아직도 상대 다리가 목에 닿으면 반사적으로 자세부터 무너진다.


1위. 리어 네이키드 초크 — 등을 내주면 끝난다

1위는 고민할 것도 없이 리어 네이키드 초크, 백초크다. 상대 등 뒤를 잡고 팔로 목을 감아 경동맥을 압박하는 조르기인데, 도구도 옷깃도 필요 없어서 '네이키드'다. 제대로 걸리면 뇌로 가는 혈류가 막혀 몇 초 안에 정신이 흐려진다.

초보에게 이게 1위인 진짜 이유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위치다. 등을 내주는 순간, 즉 상대가 백을 잡고 두 다리로 내 몸통을 감는 순간 사실상 게임이 끝난다. 앞의 다섯 개는 그래도 방어할 손이 보이는데, 백을 잡히면 상대 팔이 내 목으로 들어오는 걸 뻔히 느끼면서도 막을 손이 없다. 목이 감기고, 팔이 조여지고, 시야가 좁아지기 전에 탭. 순위나 중계 일정 챙겨 보는 스포랭크 같은 데서 백초크 피니시 장면만 모아 봐도, 결국 최상위 선수들도 등만 내주면 똑같이 당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초보가 억울해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여섯 개를 한 줄로 정리하면

관절기(아메리카나·기무라·암바)는 각도가 임계점을 넘기 전에 탭 치는 게 요령이고, 조르기(길로틴·트라이앵글·리어 네이키드 초크)는 애초에 그 위치를 내주지 않는 게 요령이다. 초보 시절엔 이걸 머리로 알아도 몸이 안 따라준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 도장에서 탭 좀 쳤다고 주눅 들 필요 없다. 탭은 지는 게 아니라 다음 라운드를 하려고 내는 참가비다.


자주 묻는 질문

Q. 탭은 언제 쳐야 하나? 좀 버텨야 실력이 늘지 않나?

A. 관절기는 '아프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이상한 방향으로 당겨지기 시작할 때' 친다. 조르기는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거니, 그 전에 친다. 버텨서 느는 건 방어 타이밍이지 인대 강도가 아니다. 인대는 버틴다고 안 늘어난다.

Q. 초크에 당해서 잠깐 정신을 잃으면 위험한가?

A. 혈류를 막는 초크(백초크·트라이앵글)로 잠깐 의식을 잃는 건 대부분 몇 초 안에 회복되지만, 반복되면 좋을 게 없다. 그래서 정상적인 도장은 초크가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코치가 개입하거나 스스로 탭 치게 한다. 기도를 누르는 방식은 규정상 금지에 가깝다.

Q. 그래플링을 아예 안 배우고 킥복싱만 하면 이런 건 몰라도 되나?

A. 스탠딩만 할 거면 서브미션에 당할 일은 적다. 다만 요즘은 종합격투기 중계가 워낙 많아서, 화면에서 뭐가 벌어지는지 알고 보면 재미가 다르다. 최소한 이 여섯 개 이름값은 알아두면 해설이 들린다.


이번 주 UFC 331을 보다가 누가 등을 내주거나 태클 들어가다 목이 감기는 장면이 나오면, 이제 그게 어떤 감각인지 조금은 상상이 갈 거다. 물론 상상과 실제는 다르다. 궁금하면 가까운 도장에 등록해서 직접 얻어맞아 보면 된다. 나는 말릴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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